조경과구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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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태양이 이글거리는 8월의 어느 날, 우리는 삼천포로 향했다. 에어컨 바람이 가득한 차 안에서도 푹푹 찌는 듯한 더위가 느껴졌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남해의 푸른 바다는 그 모든 불쾌함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설렘이 가득했다. 목적지는 바로, '삼천포 아르떼리조트'. 1박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성수기의 모든 것을 누리고 오리라 다짐했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규모와 현대적인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로비는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성수기임을 실감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리조트 직원들은 능숙하게 손님들을 응대했다. 복잡함 속에서도 질서가 있었고,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객실 키를 손에 넣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객실은 프라이빗 풀이 딸린 스위트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환상적인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는 작은 수영장이 보였고, 그 너머로 수평선이 끝없이 이어졌다. "와, 진짜 대박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뱉어졌다.
짐을 풀고 잠시 소파에 앉았다. 창밖으로 부서지는 햇살과 파도 소리가 평화로웠다. 짧은 고민 끝에 우리는 리조트의 하이라이트인 인피니티 풀로 향하기로 했다. 성수기라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했지만, 이 풍경을 놓칠 순 없었다.
수영장으로 가는 길은 이미 활기로 가득했다. 시원한 물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고, 야자수 조형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드디어 눈앞에 펼쳐진 인피니티 풀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경계가 모호한 수영장의 풍경은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물속으로 뛰어들자 뜨거웠던 몸이 순식간에 시원해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풀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넓은 공간 덕분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각자 셀카를 찍고,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도 풀 가장자리에 서서 남해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수많은 '인생샷'을 남겼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자, 하늘은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석양을 바라보며 물속에 몸을 맡긴 채, 우리는 말없이 풍경을 감상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은 듯했다.
수영을 마친 후 객실로 돌아왔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말리며 테라스에 나갔다. 낮의 활기 넘치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잔잔한 밤바다가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기보다, 객실에서 이 멋진 풍경을 보며 먹기로 했다. 근처에서 사 온 싱싱한 회와 간단한 주류를 곁들여 테라스 테이블에 차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회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객실에 딸린 프라이빗 풀로 향했다. 해가 지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우리만의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우리는 조용히 물속에 몸을 담갔다. 풀 주변의 조명이 은은하게 물을 비추었고, 머리 위로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파도 소리와 함께 들리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우리는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낮의 인피니티 풀이 활기 넘치는 축제 같았다면, 이 밤의 프라이빗 풀은 완벽한 휴식과 낭만 그 자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여행이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통유리창 밖으로 붉은빛의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젯밤과 다른 아름다운 풍경에 서둘러 카메라를 들었다.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떠오르는 해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늦잠 대신 일찍 일어나 이 순간을 맞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준비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르떼리조트는 우리에게 완벽한 여름 휴가를 선물해 주었다. 리조트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테라스에 서서 남해 바다를 바라보았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햇살, 그리고 아름다운 리조트 풍경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차를 타고 리조트를 나서며, 우리는 다음 여름에도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다. 아르떼리조트는 성수기의 북적임 속에서도 나만의 공간과 휴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바쁘게 살아가겠지만, 삼천포 아르떼리조트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는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